대천 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에서 연인과 함께 걸어본 적이 있으세요? 시멘트로 만든 계단을 올라 멋진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나무의자에 앉아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환상에 젖어보기도 하셨지요? 즐비한 상가는 어떤 일탈도 용서할 듯 번쩍거리구요.
우리가 그러는 사이 죽은 조개는 파도에 씻기며 잘게 부서지고 밀물에 밀려와서는 다시 파도에 잘게 부서지기를 몇 번째, 금빛 모래를 만들어 왔습니다.
10년 전 대천 해수욕장이 한움큼 손에 쥐어도 모래 한톨 남기지 않고 그대로 쓸어져내리는 황금모래밭이었고 거기서 해당화가 무리지어 피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거기에 진흙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바다로 몇 미터만 들어가도 펄이 밟힙니다. 모랠 조금만 파보아도 금세 진흙이 나오지요.
해안사구를 시멘트로 막고 거기에 상가를 세우고... 인간을 위한 개발이 인간의 생존 자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천 해수욕장이 개발된 지 10년, 해변을 가득 메운 상가들은 육지쪽으로 500~700미터씩 상가를 뒤로 물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욕심이, 예쁜 바다를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인간의 오만함이 벌을 받고 있습니다.
신두리 사구에 가면 원시적인 모래 언덕이 있습니다. 우리의 원초적인 감정을 마구 뒤흔드는 그런 바다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