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들어 호황을 누리는 친일·독재 기념사업 | ||||||||||||||||||||||||||||||||
“수구·냉전세력의 반동적인 역사왜곡은 ‘범죄의 재구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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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권(덕성여대 사학과교수/역사정의실천연대 운영위원장) 1.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2월 취임사에서 지난 10년 ‘이념의 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실용의 시대’로 나가겠다고 선언하였다. 건국 60년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기반으로 선진화를 이루어야 하며, 이제는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이념의 시대=투쟁의 시대 10년이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기를 가리킨다.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수립한 공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파악하는 대통령의 역사인식은 수구·냉전세력의 역사관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이 대통령은 건국 60년의 정신적 자산을 계승하여 선진화를 이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건국(이승만 대통령)→산업화(박정희 대통령)→민주화(노태우 대통령)→선진화(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정식을 세우겠다는 선언이다. 지난 4년간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이 대통령이 말하는 선진화 시대의 동반자란 친일·독재세력이었음이 드러난다. 2008년 5월 29일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당시 국회부의장)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to the core)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미 외교전문으로 미루어 볼 때, 친일·독재세력과의 동반과 상생이야말로 어쩌면 이명박 정부의 ‘맨얼굴’인지도 모르겠다. 2. ‘뼛속까지 친일·친미’인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친일·독재를 찬양하는 각종 기념사업이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친일파후예들과 독재부역세력들에 의한 친일군인과 독재자를 기리는 기념물 건립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먼저 친일군인 기념물건립 움직임을 보면, 올 6월 25일 백선엽(1920∼)을 기리는 '6.25전쟁 참전기념비'가 민주당 출신인 이인재 시장에 의해 파주에 세워졌다. 백선엽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 한나라당도 아닌 민주당 출신 시장이, 사비도 아닌 공금으로 친일군인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백선엽은 일제강점기 항일독립군을 토벌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잔혹하게 학살하여 살인귀(殺人鬼)부대로 악명을 떨친 간도특설대 출신 장교이다. “조선독립군은 조선인이 토벌해야 한다” 일제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에 따라 결성된 간도특설대가 주 공격목표로 삼았던 세력은 중국 동북지역 항일연합부대인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이었다. 동북항일연군은 한국광복군, 조선의용군과 더불어 조선인 3대 무장 세력이었다. 동북항일연군은 만주국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 전투 및 선전활동에 주력하였으며, 국내 진공작전을 펼쳐 평안북도 일대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전개하였다. 1939년 창설된 간도특설대가 7년여 동안 관동군 최전선에서 잔혹한 토벌진압을 하면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연변 작가 류연산이 쓴 책 『일송정에는 선구자가 없다』라는 책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 ○야간토벌 작전 중 산나물을 뜯는 이들을 잡아다가 불태워 죽임 ○간도특설대의 충혼비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전사한 항일부대원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냄 ○포로로 잡힌 항일부대원을 일본도로 머리를 자르고 잘린 머리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음 ○항일부대원을 숨겨준 마을 원로를 살해해 그의 머리를 삶은 후 두개골을 장식품으로 만듦 지난 5월 17일 거제포로수용소 유적지에는 간도특설대의 핵심 장교요원이었던 김백일(1917∼1951)을 ‘6.25흥남철수작전의 영웅’으로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2009년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가 “김백일은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군복을 입고 독립군 토벌과 민간인 탄압에 종사하는 등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여 훈장까지 받은 악질적인 반민족행위자”라고 결정내린 바 있다. 위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거제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동상철거를 요청하자, ‘김백일기념사업회(사업회)’ 측은 언론인과 학계 인사를 고소·고발하는 것으로 맞대응하였다. 이른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노린 것이다. 사업회 측 변론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정원은 한때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건개 변호사가 대표로 있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의 부인(서향희)이 변호사로 참여하고 있는 법률회사이다. 바야흐로 ‘뼛속까지 친일·친미’인 이 대통령의 ‘동반의 시대’ 주창에 화답이라도 하듯 전국 방방곡곡에서 친일군인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3.
뒤질세라 독재자를 기리는 동상도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서울 남산 기슭(장충동)에 있는 한국자유총연맹 광장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 동상이 세워졌다. 남산에 있던 초대형 동상이 4.19혁명 후 철거된 지 꼭 51년만의 일로, 이화장, 배재고 교정, 국회 본관 중앙홀, 청남대 광장 등에 이어 전국에서 다섯 번째 세워지는 동상이다. 이에 앞서 경기도지사 김문수와 수구언론인 조갑제는 공공연하게 광화문 대로에 이승만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떠들어대고 전 서울시장 오세훈도 서울 중심에 건립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경찰은 동상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총연맹에 전·의경 1개 소대를 배치해 순찰을 돌고 있다. 4·19민주혁명회와 4·19혁명희생자유족회 등 4·19 관련 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등이 자유총연맹 정문 앞에서 동상제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당장 철거하지 않으면 4·19혁명 때처럼 동상을 끌어 내리겠다"고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6월초에는 부산 서구 부민동 ‘임시수도기념거리’의 임시수도기념관 앞에 세워진 이승만동상이 붉은 페인트 세례를 받아 서구청에 의해 자진 철거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이명박정부 들어 친일·독재미화 사업이 활성화 된 까닭은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과 성원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방송(KBS)은 친일군인 백선엽을 ‘6·25전쟁영웅’으로 추앙하는 특집다큐멘터리를 지난 6월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2부작으로 방영했다. 또한 KBS는 친일파 청산을 극력 저지하였으며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등으로 헌정을 유린한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미화하는 다큐멘터리를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3부작으로 방영했다. 이승만 동상이 남산에 건립되자 수구언론은 하나같이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을 ‘미 대사는 물병 세례에도 왔는데 한국정부에선 한명도 오지 않았다’라고 뽑으며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책했으며,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동상건립을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을 역사적으로 재평가하는 노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추켜세웠고, 동아일보도 <51년 만에 남산 돌아온 ‘이승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이승만 동상 건립이 더 일찍이 이루어졌어야 하는 양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의와 평화, 평등과 복지를 향한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역하는 수구·냉전세력의 반동적인 역사왜곡은 ‘범죄의 재구성’이다.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수구세력과 맞서기 위해서는 ‘헌법적 가치’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헌법이란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법규범적인 논리체계로 정립한 국가의 기본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시하는 역사적 규범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으로써 친일 청산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둘째, 이승만 독재의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함으로써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와 독재에 대한 국민적 저항권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쿠데타 및 독재를 찬양하는 행위는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헌정문란’ 행위인 것이다. 6.
수구·냉전세력의 친일·독재미화를 저지하고 역사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출범한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지난 11월 24일(목)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주호 교과부장관 퇴진운동에 돌입하였다. 이주호장관이 헌법정신과 역사적 사실에도 맞지 않는 역사교과과정 개정과 집필기준 고시를 하여, 역사를 왜곡하고 교과서를 개악한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교과부장관 퇴진운동은 1인시위와 서명운동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1인시위는 “역사왜곡·교과서 개악 주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점심시간(12-13시)에 맞추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하고 있다. 현재까지 1인시위에 참여하였거나 참여할 의사를 밝힌 분들의 성함과 소속단체는 다음과 같다.
명단에서 보듯이 1인시위는 역사정의실천연대에 참여한 단체들이 돌아가면서 분담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12월 5일에 1인시위를 한 음지호씨의 경우, 본인이 직접 역사정의실천연대에 전화(969-7094)를 하여 참여의사를 밝혔다. 광화문 근처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음지호씨는 당일 반가를 내고 1인시위에 동참하였다. 필자가 고맙다는 전화를 하자, 그는 “1인시위가 꼭 하고 싶었다. 여건만 된다면 매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하였다. 교과부장관 퇴진운동의 다른 한 갈래는 “이주호 교과부장관 즉각 퇴진 촉구”를 내걸고 하는 서명운동이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카페(<historyact@daum.net>)에 들어가면 동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