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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323호] 하나로(시)

작성자 양심수후원회 등록일 2018-11-08 조회수 122회 댓글수 0건

'하나로'


박순자(박수분) 장기수선생님


딸이 묻는다.

한겨울 지리산에 홀로 떨어져 남은 그 열흘이

무섭지 않았냐고항복하고픈 유혹은 정녕 없었냐고


바위 밑에 웅크려

집어 먹을 거라곤 눈밖에 없이

몸을 데울 거라곤 한낮의 짧은 햇살밖에 없이

수시로 들리는 적들 수색의 발소리에 숨죽이며

굶주려 사나운 멧돼지의 씩씩거림도 지척에서 느끼며

자수하여 광명 찾았단 변절자들의 나발까지

삐라와 함께 맞으며

어머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냐고


그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누구나 뻔히 하고 사는 갈대 같은 생각이란 게

때론 얼마나 징한 것이기에

살아선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을

끝내 살아 견딘 것이냐 묻는다.


그건

네게는 없고 내겐 있는 것

바로 동지라는 이름의 독특한 관계


살아

한 덩이 밥과 체온과 웃음과 눈물과 믿음과 사상을

힘껏 나누었던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만큼 모두 나누다

죽는 마당에도


하얀 눈밭에

수정 같은 계곡물에

그리고 내 눈동자에

맑고 붉고 뜨거운 피를 선연히 쏟은 것도 모자라


한 사람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한 사람을 위해

전인민이 동지로 어울려 사는 해방 세상

고귀한 그 인민공화국이 만세라고

인민공화국만이 만만세라고

내 귀마저 쟁쟁히 울리고 떠난


바로 나를 동지라 부르던 

동지들


슬퍼할 겨를도 없어

훗날 찾아가 엎드려 통곡할 한 뼘 무덤조차 없어

평생을

단 한 순간도 잊히지 않는

자타불이의 징함


이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이

생각남으로 선연한 그 동지들로써

두려움도

비겁함도

열흘도

분단 70년도

모두

살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이겨 살아낼 수 있었다고

그렇게

정답은 하나라고

마치 조국이 하나이듯 그렇다고

내가 답한다.


이제 나를 선생이라 부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지옥엽의 후배들

부활한 내 동지들 같아

그들의 손을

잡고 쓸며 놓을 줄 모르며

고맙다

아프지 마라

절절히 이르고

이내 그리워하고


파란의 구십 평생

마침내

분단의 선이

총칼 아닌 맞잡은 손으로

따뜻이 허물어져 가는 지금


난 감히 행복했다고

조국과

인민과

동지와

하나로 기뻐하고

하나로 노여워하며

하나로 슬퍼하고

하나로 즐거워할 수 있어서


그렇게

참된 사랑을 징하게 할 수 있어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었다고


이번엔

묻지도 않은 딸에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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