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후원회 2009.05.28 13:39 조회 수 : 2107
생미실, 실버타운이 되다 | ||||||
글쓴이 : 김혜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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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다가 저녁을 먹고서야 물구경을 나섰다. 나서자마자 얼마나 세차게 빗줄기가 퍼붓는지 구경을 간다는 게 청승맞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지난번 기행 때 입었던 비옷을 챙겨입고 성재에게 난생 처음으로 장화라는 걸 신겨서 우산을 받쳐들고 구경을 나선다. 어색한지 로보트처럼 뚜벅뚜벅 걷는다.
"비올 때 발 젖지 말라고 신는 신발이야. 길어서 장화라고 해."
장호야, 장화야? 하며 잊어먹지 않으려고 계속 중얼거리는 모양새가 흥부집에서 화초장을 얻어가며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는 놀부같아 웃음이 번진다.
집에서 보이던 다리는 성난 물줄기가 삼켜버렸고 강변에 심었던 고추며 옥수수, 참깨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호박이며 고구마는 어미 곁을 떠나 세찬 물살에 제 운명을 내맡겼다.
이선생이 고구마 한개를 길러보자며 주워온다. 호박이 떠내려가길래 신기한 듯 소릴 질렀더니 몸을 굽혀서 건져보니 줄기에 용케도 달려있는 거였다.
아이가, 엄청 비가 온다고 비가 더 굵게 온다고 계속 비만 온다고 물살이 무섭다고 그냥 얘기하는데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느낀다.
좀더 아래고 내려가니 징검다리를 없애고 세운 쇠다리가 물속에 반쯤을 잠기고 반은 하늘을 향해 있다, 무슨 조각품처럼. 그런데 흉물스럽다.
비가 오면 왜 밀가루 음식이 생각날까? 부침개도 해서 이웃들과 나눠먹었는데도 속이 허하다. 빵집에서 허전한 진열장에서 식빵을 하나 챙겨들었다.
<네게 메일을 보냈는데 읽어보고 연락바란다.
오감시롱 대변인 수강이의 예쁜 목소리가 그립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