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날이 새어 아침에 일어나서 깜짝 놀란 것은 전날에 밤늦게 와서 몇 사람이나 이상루 숙소에서 자고 있었는지 몰랐는데, 우리 외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새삼 미안한 마음에 사과의 인사를 올린다. 그래도 너그럽게 다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아침 8시부터 식사시간이라고 했지만 7:50부터 주인 어르신이 식사하라고 마루의 북을 두드리신다. 영화 [광해]를 찍었다는 이상루 고택 마루에 차려진 음식은 온갖 산재 약재로 만든 정성 어린 담백한 반찬들과 북엇국이 준비되어 있었다. 북엇국 두 그릇에 저녁에 마신 숙취를 해소하는데 일품이었다.
안개가 끼어있는 아침, 이상루 뒷산 길 소나무 숲 산책길은 그야말로 1박 2일 역사기행 여정의 숙소로 최고의 힐링 코스였다. 나름 빡센 일정임에도 피곤함이 싹 가시는 산책길이 이번 역사기행의 기쁨을 더해주는 순간이었다.
숙소를 나와 둘째 날 처음 간 곳은 봉정사다. 안개 낀 아침에 고즈넉한 봉정사에 들려 고려시대 단청이 남아있는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봉정사에서는 특히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경치에다 봉정사 우측 위에 있는 영산암에는 바위를 뚫고 올라 온 소나무가 있는 송암당이 인상적이었다.
도산서원 입구에서 조미숙 문화관광 해설사를 만났다. 도산서원 입구에는 [추로지향비] 맹자 공자의 나라라고 예와 학문을 갖춘 이들이 사는 곳이라 하여 공자 77대손 적손 공덕성 박사가 80년에 쓴 글이라 한다. 한양에서만 보았던 과거시험을 특별히 여기 도산서원에서 도산별시로 보았다는 곳을 설명하고 있다. 선조의 특별한 퇴계 이황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도산서원 곳곳에는 퇴계 이황의 숨결과 철학이 담겨 있는데, 특별히 광명실이라는 서고에 쓰여 있는 현판 설명이 인상적이다. 광명실(서고)은 퇴계 친필로 쓰여 있는데 퇴계 이황이 다른 서원에 썼다가 사후에 다시 이곳으로 가져오게 돼서 친필의 주인을 만나는 현판을 보면서 [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는 문화관광 해설사의 말이다. 도산서원이라는 현판에는 마지막 글자에 약간의 흔들림이 있다고 하는데 선조 앞에서 한석봉이 글씨를 쓰는데 거꾸로 불러 주어서 마지막 도자에 이르러 한석봉 스스로 무엇을 쓰는지 모르고 쓰다가 꺾어지는 부분이 흔들렸다는 설이 있단다.
도산서원에서 퇴계 이황의 숨결을 느끼고, 역사기행의 마지막 만찬 장소인 선비촌한식당으로 옮겼다. 마지막까지 맛 기행(?)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간 고등어에 생막걸리가 일품이었다. 김애숙 회원이 즉석에서 구슬픈 상여가 한 자락을 불러 지나가던 관광객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 615시민합창단 김태임 운영위원장의 간고등어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갈비 뜯기로 보여준다.
(사)양심수후원회와 옴시롱감시롱이 함께 하는 역사기행 '독립운동의 산실, 안동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