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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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길 길 동무를 기다리며
글쓴이 : 으뜸    
  남해엽서

불륜을 꿈꾸는 나의 시는
지금
남해의 안개 속에 잠겨 있다.

바다는 잔잔하다.

안개 속으로
작은 통통배 하나가 다가온다.

"고기 많이 잡았소?"
"말 마쇼.고기가 씨가 말랐소."

깡마르고 붉게 그을은 얼굴의
사내가 큰 소리로 대답을 한다.
그의 소리가 안개에 젖는다.

한참동안
그가 그물을 내리는 것을 구경하다가
나는 다시 천천히 걸어
바닷가의 우체국 쪽으로 간다.

그리고 엽서를 한 장 사서
그 텅 빈 여백을 바라본다.

무엇을 쓸까

텅 빈 여백은
텅 빈 바다처럼 막막하다.

'남해엔 지금
백일홍이 한창 붉게 피었다오.'
이윽고 나는 그렇게 쓴다.

다음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
창 밖 안개에 젖은 바다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내 마음속으로 비행기가
한 대 날아가고 있소. 까마득히 먼 하늘에......'
라고 쓴다.

왜 하필이면 비행기가 떠올랐을까.
지워버릴까
아니면 새 엽서에다 다시 쓸까
하다가, 내버려두고 다시 그 뒤에 쓴다.

'당신에게 당신의 이름이 있듯
나에게는 나의 이름이 있소. 이제
나는 나의 이름을 갖고 싶소.'

이렇게 써놓고
잠시 다시 눈을 들어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안개가 깔린 바다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온다.

드디어 나는 마지막으로
아주 상투적이고 진부하면서
또한 언제나 진실이 배어 있는
작별의 인사말을 쓴다.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길......'

아직 여백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니는 그 뒤에 날짜와 이름자의 끝을 쓰고
천천히 우체통에다 넣는다.

그리고 다시
남해바다 부서진 시멘트길을 따라 걸어간다.
아직 바다는
아침 안개에 젖어 있다.
어디에도 붉은 백일홍은 보이지 않는다.

한숨처럼 뒤척이는 파도소리뿐.
안개를 헤치고 불어오는 비릿한 바람냄새뿐.

김영현시인의 남해엽서

'이성복시인의 남해금산을 찾다 대신 남해엽서로 띄움니다.
이번주 토,일(6월1,2일) 답사가 예정됐는데 길 동무가 나타나지 않아 힘듭니다. 도와주세요. 간절히 바랍니다. 제 남편 신현부를 데려가면 좋으데 심한 감기에 몸져 누웠습니다. 눈 시러울 만큼 어여뿐 바다에 풍덩 빠질 사람 꼭 연락주세요.
여ㅡㅡㅡ러ㅡㅡㅡ분 힘들죠? 아푼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가요 남해의 깊고 푸른 바다에...
'


2002-05-28 (23:10)  
  • ?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2:43
    남해길 길 동무를 기다리며
    글쓴이 : 버금    ()   
      회장님이 일하시는데 외롭지 않아야 되는데......

    그동안 아이 낳고 기르느라 좀 소원했던,]
    직장 동료와 선배들의 관심사가 여자 아니면 주식이라 그런 삶이 먼훗날 얼마나 허망할지 미리 깨닫고
    신문이며 잡지를 스크랩해두었다가 주말이면 어김없이 미술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멋진 남자 혁이가 동행한답니다.(어느 날 난 혁이의 주말 데이트 신청을 받고 정말 황홀했더랬습니다. 그것이 설사 이 여자 저 여자 옮겨가는 전화일지라도!!!)

    몇 년전부터 한산섬을 목놓아 부르던, 사무실에서도 한치의 틀림없이 오감시롱에서의 그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고전적인 옷차림으로, 오곡을 섞은 밥에 야구르트를 넣은 김치에 점심을 즐기는 장연희 선생님이 빠지면 안되겠지요?

    지희도 용감하게 힘들게 출발할 텐데....

    운전을 함께 해줄 남자분 한 사람이 필요하다네요. 혁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좀 벅찰 것 같아서요.

    불국사 석굴암에서 독립운동하는 자식을 달라며 빌어서 세상에 나왔다는 장 선생님의 출생의 비밀을 듣고 싶으신 분, 새롭게 변신하는 혁이의 문화생활을 엿듣고 싶으신 분 지희에게 연락바랍니다.




    2002-05-29 (10:59)  
  • ?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2:43
    남해길 길 동무를 기다리며
    글쓴이 : 광희    
      비록 오감시롱 회원은 아니지만 지희언니가 답사길 길동무를 찾는다하니 마음이 동했더랬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위에 얹어놓은 조그마한 달력으로 시선이 갑니다.

    6/1 오후4시~5시 : 국가보안법펄폐 토요캠페인
    6/2 오전 9시 : 역사강좌

    '휴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납니다.
    이쁜 지희언니랑 멋진 혁이선배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부디 잘들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2002-05-29 (14:07)
  • ?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2:43
    글쓴이 : 김혜순    ()   
     
    그런데 역사강좌는 정말 그렇게 늦게 끝나남유?
    대략적인 시간을 알려 주세요. 그래야 참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잖아요?
    2002-05-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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