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성재글

수니 2010.06.08 11:10 조회 수 : 4122

오감시롱에 대해

 

이성재

 

옴시롱감시롱은 원래 우리 엄마가 다니던 모임이었지만 지금은 나도 그 모임에 참여중이다. 옴시롱감시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니 쓸 이야기가 너무 많다. 왜냐하면 기행을 함께 다니면서 싫었던 것, 좋았던 것, 기대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기행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오랫동안 버스를 타는 거였다. 멀미는 하지 않지만 서너 시간, 길게는 대여섯 시간 버스에 타고 있노라면 머리가 아프고 지루했다. 거기다가 뒷좌석에서의 어른들의 수다는 상상을 초월했다. 사회를 보는 용준이 삼촌의 마이크 소리를 제압할 정도니까 말이다. 회사 얘기며 아이들 얘기, 옛 노래와 추억, 이따금 터져나오는 별로 웃기지 않는 개그, 에피소드까지...... 쉼없이 들리는 수다소리에 곱게 잠이 들려다가도 자꾸 깨는 것이다.

또 벌레가 많은 곳에 가는 것도 상쾌하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가 기행 간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맨 먼저 잠자리가 깨끗한지를 묻는다. 엄마는 늘 호텔처럼 깨끗한 곳이라고 말했지만 막상 가서보면 민박집이 대부분이었다. 강의를 열심히 들으려 해도 파리와 모기들이 방해를 했고 가끔은 이상한 벌레가 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결국 강의가 끝나면 원래 알고 있었던 조선왕조의 왕이 누군지도 까먹을 만큼 정신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기행에서 좋았던 것을 떠올리면 마냥 행복해진다. 젤 좋았던 추억은 산에 올라가는 거였다. 산에 오르면 구경거리가 많다. 수령이 100여 년은 돼 보이는 나무가 장수처럼 우뚝 서 있는가 하면 마치 노래 부르듯 흘러가는 계곡물에 반해 순간 발길을 멈추기도 했다. 게다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자연의 극치를 만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환상의 광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여서 사진기에 담기에도 아까워 마음속 필름에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산에 올라가면서 준철이 형, 민수, 다인이와 문제도 내고 수다를 떨면서 가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숙소에서의 일도 즐거웠다. 집에서는 컴퓨터, 텔레비전처럼 놀 수 있는 게 정해져 있지만 여행지에선 우리가 직접 놀 것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보물찾기, 보드 게임, 윷놀이, 진실게임, 마피아 같은 것들이다. 규칙도 정하고 놀이방법도 나누면서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같이 놀아야 하니까 양보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세 번째는 밥 먹는 게 좋았다. 솔직히 집에선 고기, 생선, 김치, 밥 등 거의 비슷한 음식들을 먹지만 기행을 가서 먹는 음식은 그 지역에서 나는 나물, 야채, 버섯탕, 비빔밥 등 생소한 것들이었다. 이런 음식을 접하면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맛도 경험하게 되었고 자주 낯선 음식들을 먹으려는 시도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기대되는 것은 기행을 가지 전날에 가슴이 쿵닥쿵닥 뛰는 거다.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 뭐하고 놀까, 누구누구가 올까, 라는 생각에 학교숙제도 잊어먹은 적도 있다. 준철이 형과 민수한테 전화를 걸어 오는지를 확인하고 뭐하고 놀까하면서 미리 계획을 하는 것이다. 혹 새로운 친구들이 함께 가게 되면 새 친구들과는 어떻게 잘 놀 수 있을까, 바깥 활동을 싫어하는 준철이 형과는 어떻게 해야 잘 놀지 하면서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러곤 조심해서 오라는 인사를 하고서야 잠이 드는 것이다.

이처럼 나는 기행을 다니면서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재미있게 노는 방법도 찾고 무엇이 진짜 자연이고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지, 여행의 가치도 알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또 기행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나의 진정한 가족과 편안한 자연이 기다리고 있는 오감시롱과 함께 하는 기행-내 인생의 반쪽을 채운 나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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