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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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글쓴이 : 김혜순
  대천 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에서 연인과 함께 걸어본 적이 있으세요?
시멘트로 만든 계단을 올라 멋진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나무의자에 앉아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환상에 젖어보기도 하셨지요?
즐비한 상가는 어떤 일탈도 용서할 듯 번쩍거리구요.

우리가 그러는 사이 죽은 조개는 파도에 씻기며 잘게 부서지고 밀물에 밀려와서는 다시 파도에 잘게 부서지기를 몇 번째, 금빛 모래를 만들어 왔습니다.

10년 전 대천 해수욕장이 한움큼 손에 쥐어도 모래 한톨 남기지 않고 그대로 쓸어져내리는 황금모래밭이었고 거기서 해당화가 무리지어 피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거기에 진흙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바다로 몇 미터만 들어가도 펄이 밟힙니다. 모랠 조금만 파보아도 금세 진흙이 나오지요.

해안사구를 시멘트로 막고 거기에 상가를 세우고...
인간을 위한 개발이 인간의 생존 자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천 해수욕장이 개발된 지 10년, 해변을 가득 메운 상가들은 육지쪽으로 500~700미터씩 상가를 뒤로 물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욕심이, 예쁜 바다를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인간의 오만함이 벌을 받고 있습니다.

신두리 사구에 가면 원시적인 모래 언덕이 있습니다. 우리의 원초적인 감정을 마구 뒤흔드는 그런 바다가 있습니다.
2002-06-26 (11:50)
  • ?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3:21
    RE:무제 2
    글쓴이 : 버금    ()   
     
    답사 다녀와서 답사기를 올리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란 생각이 들어 몇자 덧붙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는 이제 서부발전이라 부릅니다.

    화력발전?
    우리 나라 탄광이 거의 문을 닫았으니 화력이라면 천연가스나 석유(?)로 발전을 하겠지, 하면서 들어갔는데 의외로 석탄을 이용한다네요.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제일 저급탄을 사다가 발전을 하는데 효율이 원자력 다음으로 높아서 일년 내내 한번도 쉬지 않고 돌아간대요. 그래서 이익을 많이 내니 제일 먼저 민영화의 대상에 오르기도 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석탄의 하역 부두며 바닷물을 끌어들여 열을 식히는 과정, 그냥 두면 석탄에 불이 난대요. 그래서 하루 종일 스프링쿨러로 석탄에 물을 뿌리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붕도 없는 하역장에 오히려 비가 와야지 더 좋다는군요.
    그밖에 중앙통제실이며 전망대, 터빈실 등을 둘러 보았는데 엄청 더웠어요.
    그래도 성재(6세)는 유치원에서 견학갔던 에너지관리공단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는지 답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내내 헛소리처럼 에너지관리공단을 들먹였어요. 아이들은 전부를 이해하지 못해도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고 나중에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 자산이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답사지이며 우리가 묵게 될 신두리 사구와 그 앞에 펼쳐진 바다가 너무 좋아 우리는 오전 내내 거길 떠나지 못했습니다. 사구 안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두웅습지를 찾아나서다가 너무나 고운 모래 언덕 때문에 맨발로 달리기를 하고 아이들을 놀리기로 했습니다. 거기다 아이들을 두고서 답사를 떠났다가 다시 아이들을 바다에 담그기로 하고 한참을 논 뒤에야 발전소 구경에 나섰지요.
    모래언덕에 저수지도 있대요. 제작년 심한 가뭄에도 이웃 마을에선 이 물로 농사를 지었다네요.

    다음엔 태안 마애삼존불에 갔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흰바위가 돋아나 백화산이라 이름한 정상에 오르면 끝에서부터 바다와 들판이 함성을 지르며 백화산으로 오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합니다. 거기 정상에 삼존불이 있는데 서산의 그것보다는 못하지만 보물로 지정된 것이니 눈요기는 될 듯합니다.

    태안에는 자염이라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소금을 만드는 법이 전해져오는데 그것을 재현한 축제도 열리고 있대요. 기간이 끝나 볼 수 없다며 아쉬워 했는데 찾다보니 근흥면 마금리 일대에 염전이 많았습니다. 자염축제가 열리는 바로 옆동네에요.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염전에서 마을 사람들이 밀대로 소금물을 쓸어 가운데로 모으면 거기에 소금이 작은산 모양으로 모입니다. 밭가운데 하나둘 소금창고가 있고 거기 눈처럼 하얀 소금이 반짝거려요.
    말 붙이려다 소금을 사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장터에서 국산이라며 2키로에 13,000원씩 산 지가 엊그제인데 3키로 한가마 꼭꼭 채워서 5천원이래요. 이러니 농부고 어부고 살길이 있겠습니까? 마늘값이 너무 싸서 바다에 빠뜨리던 아버지 생각이 나 두 가마를 샀습니다. 버스로 소금 사러오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날 소금을 몇 가마를 팔아주기로 하고 소금 만드는 과정을 듣기로 했습니다. 택배로도 보낸다고 하니 생각좀 해보세요.

    금새 해가 빠지려고 하니 서둘러서 마지막 답사지인 안흥성으로 향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요새처럼 성곽이 높이 둘러쳐 있고 그 사이에 성곽 밖 마을로 통하는 작은 통로가 있었습니다. 마치 수많은 나뭇잎들 사이로 헤집고 들어오는 한줄기 햇살마냥 반갑고 소박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더운 여름날 마을 길을 지나 한참을 오른 뒤에 그 통로를 지나는 의례는 너무나 지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서문루가 남아 있고 작고 볼품은 없지만 거기 올라 먼 바다를 보면 서문앞 바다까지 밀려왔을 적들을 향해 호통쳤을 수문장의 호연지기를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이 성은 동학 혁명 때 성안의 건물이 일부 불타고 폐성 되었다 합니다.

    2002-07-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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