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에 있게 되어 아이 마중을 나갔다. 멀리서 엄말 발견한 아이는 햇살처럼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근데 만나자마자 표정이 굳어지며, "엄마, 나 일곱살 형아 됐으니까 이제 데리러 오지 마." 한다. 아이 손에는 그 동안 유치원에서 쓰던 물건이랑 스케치북 등을 담은 종이 가방이 들려 있다. 뭐, 기분 상한 일이라도 있었나 살피며, "으응, 오늘은 성재가 유치원 마치는 날이라서 짐이 무거울까 봐 성재 손잡고 올려고 했지." 했더니 아이는 엄마 손에 제 얼굴을 부미며 긴장을 풀어놓는다.
그냥 푹 안겨도 되는데 슬며시 속마음을 내비치는 아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세상에 그렇게 조심스레 자신을 내딛는 아들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