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문태준의 빈집의 약속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2:59 조회 수 : 2154

문태준의 빈집의 약속
글쓴이 : 혜수니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문태준 시「빈집의 약속」전문

2006 제 20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에서, 문학사상, 2005


요샌 많이 웁니다.
울음이 긴장을 몰아내고 저항하며 나쁜 독소를 씻어내릴 때까지 엉엉 소리내서 웁니다. 우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시대, 그래도 눈물 한가닥 있어 위로받고 있습니다.
다들 어찌 지내시는지요?

마음 속에 행복이 잠시라도 깃든 사람 손좀 들어보셔요.
늦눈보라 몰아쳐 서러운 사람들도 좀 나와보셔요.
다들 나와 보셔요.



2007-11-12 (21:5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48 권오헌 선생님께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453
547 성장률 마이너스 시대 진입.."IMF때 보다 더 춥다"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441
546 계숙이 송별회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411
545 답사 다녀올게요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391
544 나의 삶 나의 일터 2002-04-08 글쓴이 :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380
543 20일 계림부페(을지로 6가)에서 성원(혜정 언니 아들)이의 돌잔치가... 2002-04-17 글쓴이 : 김혜순 [1]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347
542 다음 글을 쓴 작가는 누구일까요? [7] 수니 2010.04.22 2343
541 가영이에게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342
540 "고꼬와 강꼬구노 월드컵송 데스" 2002-07-22 글쓴이 : 고리끼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333
539 장연희 아줌마(?) 가방 만들기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314
538 박근직표 서산 무농약 고추가루 판매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264
537 은주에게 2002-04-04 글쓴이 : 김길자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263
536 혜순언니 좋겠당~* 2002-06-19 글쓴이 : 고광희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255
535 왜!!! 이날 사전 답사를 가냐구요!!! 2002-05-31 글쓴이 : 풀방구리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249
534 이시대 마지막 예인들‥KBS-굿모닝 코리아 5부작 음악다큐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245
533 통영을 다녀오고 나서, 김수룡선생님 팔순잔치 안내 [1]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240
532 남해길 길 동무를 기다리며 2002-05-28 글쓴이 : 으뜸 [3]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238
531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2006 역사기행 사전 답사기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226
530 프랑스의 교훈 - 우리나라 대선은 어떻게 될런지...... 2002-05-03 글쓴이 : 노혁 [1]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226
529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224
옴시롱 감시롱

CLOSE

회원가입 ID/PW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