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2009.05.29 12:35

아버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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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상
글쓴이 : 모성용    
  여러모로 신경 써 주시고 찾아와 위로해주신 오감시롱 식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격동기인 해방과 6.25를 지나면서 복잡하지 않은 가정사가 이 땅에 몇이나 존재하겠습니까마는
어린나이에 아버님과 헤어져 어머님만을 모시고 살아온 나로서는 이번 아버님의 장례는
만감이 교차하고 40여 년간 헤어졌던 배다른 세누이를 만나야하고 30여 년간 아버님과 함께한
아주머니와 장례를 함께 치러야 하는 남에게 알리기 힘든 장례였습니다.
고교시절 학교와 가까이에 아버님 사무실이 있었던 관계로 몇 번 아버님을 뵈었던 동창들 외엔
연락을 안했는데 어찌어찌 알음알음으로 찾아오시고 연락해준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세수 91이시니 호상이라면 호상이지만 구강암으로 11개월을 투병해 오신 아버님이나 보살펴주신
아주머니의 고생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첫째 날에는 단 한 칸뿐인 장례실이
차있어 바깥 예배실 한켠에 모셔진 초라한 모습이 슬펐고
둘째 날에는 배다른 누이와 피붙이 되는 고모님들중 한분도 찾아오지 않는 초라한 삶이 슬프고
마지막 날에는 새벽녘에 찾아온 이복누이들의 목메인 울음이 슬펐습니다.
40여년 만에 만난 이복누이들과의 재회는 생각보다 서먹서먹하지 않아 필요 이상으로 냉정해 지지도
그렇다고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삼키지도 않는 평이한 만남이었습니다.
그나마 호적에 정상적으로 등록된 내가 이토록 가정사에 대한 말 못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누이들은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사무치고 아팠을까를 생각하면 그저 안타깝기만 하더군요.
어찌 되었든 화장을 마치고 분골을 하니 정말 말 그대로 뼛가루 한줌 밖에 안 되는데 인생 무엇을
그리 힘들고 어렵게 살아오셨을까 하는 회한도 들고요.
무사히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장면도 없이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25일에는 어머님이 한번 들러보자고 하셔서 어머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냉정하셔서 내 어머님이지만 무섭다싶었는데 결국 어머님도 망자에 대한 회한을
모두 떨치진 못하더라도 한번 찾아가 보고 싶으셨나 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금숙이와 상렬이도 보고 왔습니다.
그간 많이 힘들었는데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 그래도 항상 밝은 금숙이와 상렬이 ..
항상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맘으로 응원해 주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작은 일에는 티격태격대는듯 하다가도 막상 큰일이 닥치면 항상 하나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오감시롱이 참으로 좋습니다. 여러분들 모두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님을 화장한 수원 연화장 승화원에서 본 글귀를 한자 적고자 합니다.

누구나 아버지가 되기는 쉽다.
그러나 아버지 답기는 어렵다.
자녀들이 신뢰하는 부모는 바로 부모다운 부모다.
신뢰를 가치있게 만들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
2006-05-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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