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2009.05.29 13:04

그냥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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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씁니다
글쓴이 :    
  제가 용인 석성산 자락으로 이사를 온 지도 만 2년이 되었습니다. 옛날 조선시대에 수원에서 올린 봉화를 받아 서울로 올리던 곳이지요. 영동선 마성터널이 그 산을 지나갑니다.

우리 집이 13층인데 석성산 작은 산봉리와 키가 같아서 산을 내려다 보게 됩니다. 이사와서 얼마나 미안하고 민망하던지 설거지하다가도 쳐다보며 미안해, 바라볼수록 황송해서 지금까지도 그 느낌이 바래지지 않습니다. 요즘 숲이 얼마나 변신을 해대는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황홀경, 그 자체입니다. 수천수만의 잎을 피워내며 생명력을 맘/껏 발산하는, 우리 20대의 모습과 흡사해보여요.

짤막한 봄을 바라보기만 할 뿐, 맘껏 가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몹시 바쁘게 봄을 보냈어요. 잠시 멈짓하지 못하구요.
오늘 성재 수련회 가고 상화 학원 보내고 이 선생은 회식 가고,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황금같은 내 시간을 갖습니다. 오후 내내 어렵게 낸 휴가인데 강사 선생님과 기행 일정을 조정하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나니 피로가 확 몰려와 모든 걸 내려놓고 잠시 쉬는 시간, 내게로 침잠을 해봅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쉬는 시간이 없이 쫓기게 되었는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귀기울여보는 시간이 못내 그립고 아쉽습니다.

기행 때 뵙겠습니다.
2008-04-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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