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김병권 선생님을 추모하며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2:20 조회 수 : 2026

김병권 선생님을 추모하며
글쓴이 : 김혜순    
  김병권 선생님
김남주

영문도 모르는 사건에 연루되어
고문도 받고 재판도 받고 징역도 한 오 년 받아 겨울이면
동태처럼 언 몸을 마른 수건으로 녹이면서 징역살이 하다가
만기 차서 담 밖으로 나와서 한두 해 집에 가서
아무도 모르게 불시에 찾아오는 형사들만 알게 살다가
그렇게 살면서 읽을 만한 책이 없어 마르크스를 읽다가
그게 들켜 그게 죄가 되어 그것도 역적죄가 되어
고문도 받고 재판도 받고 징역도 한 삼 년 받고 징역살다가
전향하라 전향하라 전향하라……
비녀꽂이 주리틀기 물먹이기 몽둥이찜질하기……
밥 먹듯이 매를 맞으며 살다가 그러는 사이에
사회안전법인가 뭔가가 생겨 만기 채우고도 집에 가지 못하고
집에 가서 그동안 삼 년 동안 자란 손주 한번 안아 보지 못하고
쇠고랑 차고 오랏줄에 묶여 압송차에 실려 감호소에 가서 살다가
그렇게 살다가 또 밖에서 무슨 사건이 터져 거기에 연루되어
고문도 받고 재판도 받고 이번에는 징역보따리도 큼직하게 받아
15년짜리 보따리를 어깨 무겁게 짊어지고
이 감옥 저 감옥 전전하면서 살다가

이제 흰머리에 검은 머리 하나 없이 징역살이하시는 선생님
내일은 며늘아기가 손주놈 데리고 면회 온다 했다며
푸른 옷도 깨끗하게 빨아 입으시고
거칠거칠한 수염도 단정하게 다듬으시고
구매 시간 기다려 과자도 서너 봉지 사서 감방 아랫목에 묻어 두고
손주 볼 생각에 잠 못 이루시는 선생님 김병권 선생님


김병권 선생님 약력
1921.12.5. 경북 대구시 동구 두산동 427번지 출생
1935. 5.3. 대구 수창보통학교 졸업
1937. 행정(사와이마치) 우편소,
통신사 부산체신청 전기통신사 검정시험 합격
1938. 2. 도일, 동경 긴자 우체우편국 근무, 메그로 무선 전신강습소에서 수학
1943.10. 만주 신경 소재 금구제작소, 만주 레이싱구 제작회사,만주 액체연료 주식회사 근무
1945.10. 해방을 맞아 조국으로 돌아옴
1946.03. 대구 대중신문사 기자, 광산업, 건설업 등에 종사
1950. 6.25 당시 대구로 피난, 군납업 종사
1960.4˜61.5. 사회당 경북도당 상임위원
특별범죄 처벌에 관한 임시조치법 위반으로 첫 옥살이
1969.3. 해방전략당 사건으로 징역 5년 선고
1973.9.5. 만기 출소
1975. 사회안전법 발효로 신향식 동지와 함께 지하로 잠적, 서울
동대문구 묵동에서 장안복덕방 공동 운영
1976.2. 이재문, 신향식 동지와 함께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 결성
1976.3.31 장안복덕방에서 체포
7.7.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및 자격정지 3년 선고
1979.4.12. 전향하지 않고 보호감호 처분을 받아 청주보호감호소 수용
12.4. 주거제한 처분
1980.5.2 서울고등법원에서 남민전 사건으로 징역 및 자격정지 15년 선고
1985. 광주, 대구, 전주 교도소 복역
1988.12.21. 형집행 정지로 출옥(가석방)
1993.3.6. 특별사면으로 잔형 집행 면제
12. 조국통일 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 남측본부 준비위 가입
1994.6. 범민련 실행위원직
1995.2.25 범민련 중앙위원, 재정위원장
1995.11 29. 범민련 사건으로 투옥, 3년 6개월 선고
1998. 형집행 정지로 출소
2002.6.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 국민연대 상임고문
6.15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상임고문
2002.3.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으로 복귀함
2003.3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 국민연대 상임고문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고문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제 선생님의 부음 소식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일대기를 써놓고 출간하지 못한 탓에 숙제를 못한 사람처럼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니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a4용지 한장으로 정리되는 선생님의 약력 너머로 얼마나 많은 역사의 산을 넘으셨는지요.......
선 생 님, 연 좌 제 도 없고 갈 라 섬 도 없 는 세 상 에 서 편히 쉬세요.
2005-09-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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