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2009.05.28 14:48

"아홉살인생"중에서

조회 수 1653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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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인생"중에서
글쓴이 : 양인철    
  저번 집에 살때 나는 집 없는 개가 낳은 강아지 한 마리를 주운 적이 있었다. 갓 낳아 핏덩이가 배에 그대로 엉켜 있는 강아지였다.그러나 나는 그 강아지를 집에 데려갈 수가 없었다.어머니는 대뜸 야단부터 칠게 뻔했기 때문이었다."얹혀산다"는 사실에 어머니가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나는 잘 알고있었다.주인집 아저씨가 아무리 너그러운 성품을 가지고 있어도 강아지까지 얹혀살게 내버려두지는 않으리란 사실도.-하지만 눈도 못 뜨는 어린 강아지를 차마 길바닥에 내버릴 수는 없었다.일곱 살짜리 아이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민거리였다.나는 저녁 늦게까지 강아지를 안은 채 집주위를 서성거려야했
다.때마침 귀가하던 아버지를 만나지않았더라면 나는 밖에서 밤을 꼬박 새워 버려야 했을지도 모른다.나는 내 고민거리와 "얹혀사는 삶의 비애"에 대해 남김없이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울먹울먹 찔끔찔끔 눈물을 섞어. 내 고민을 듣고,아버지는 크게 껄껄껄 웃었다.-임마,사내 녀석이 그깟 일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서 눈물을 보이고 있어?
아버지는 내손에서 강아지를 빼았아 들고 성큼성큼 집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주인집 아이들을 불러모으더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애들아, 아저씨가 귀여운 선물 하나 가져왔다! 공짜로 생긴 선물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없었다. 주인집 아이들은입이 찢어지도록 좋아했다. 주인집 어른들도 구태여 마다하지는 않았다.그건 어디까지나 공짜였으니까. 아버지의 지혜득분에 강아지는 주인집 아이들의 보살핌 아래 잘자랄 수있게 되었다.그건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강아지는 더 이상 내것이 아니지 않은가! "내것"과 "내것이아닌것"그차이는 몹시 슬펐다.그날밤,나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쿡쿡 울었다.부모란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다.아버지는
내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네가 돌보지 않을 따름이지 저 강아지는 누가 뭐래도 네것이야.저 애들은 강아지에게 밥을 주겠지만, 너는 생명을 구했잖니?
짜식, 이놈은 애비를 닮아서 꼭 중요한 일만 하려 든단 말야,허허.아버지는 지혜롭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나는 이런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했다."내것"과 "내것이아닌것"-이 차이의 슬픔을 아버지도 느끼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아버지는 마침내 산꼭대기에나마 우리 집을 마련한 것이리라.
이젠 강아지가 아니라 송아지를 키운다 해도 뭐랄 사람은 없었다.아무리 흉가 같아도, 그 집은 분명 우리 집이었으므로.






2003-05-16 (18:19)
  • ?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4:48
    RE:"아홉살인생"중에서
    글쓴이 : 김혜순    ()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껄껄껄, 그 큰 웃음 뒤에 숨겨진 또다른 양인철을 봅니다.
    고맙습니다.
    2003-05-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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