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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권오헌선생님의 신년축하장을 받으며 시작된 새해의 정초가 어제런듯 싶은데 벌써 4월이 되었습니다.

저는 양심수후원회와 여러 선생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속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후원회의 소식지에 실리는 응당한 주장들과 양심의 잣대로 세상을 대하는 정의로운 실천활동내용들은 저에게 있어서 소중한 정신적 자양분이 되고 삶의 낙관을 굳혀주는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수십년을 이어온 후원회의 기나긴 자취들에서 참된 양심의 주인공들을 그려보군 합니다. 양심은 사회적 약자와 시대의 요구가 실리고 만민의 마음과 소통하는 인간의 사회도덕적 심장입니다. 양심중의 양심은 아마도 인간의 의리를 지키는 것이고 의리 중의 의리는 믿음과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혈연이나 개인적인 관계에서 요구되는 양심과 의리보다 사회공동체에 대한 양심과 의리는 비할 바 없이 중요합니다.

개인이기적 사심을 품은 가장된 양심과 서푼짜리 의리는 돈에 팔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하루살이식 인생들의 생존수단일 뿐입니다. 그들의 언행은 언제나 화려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변화와 배신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양심있는 민주투사”들이 자본의 전횡을 위해 복무하는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되고 “국가보안법”의 수혜자가 되어 양심과 정의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모든 사회적 불의와 악의 이면에는 그런 의리와 양심의 기만자, 배신자들이 있습니다. 순결한 양심과 참다운 의리는 사회공동체에 대한 입장과 태도에서 발현되는 정치적 양심과 의리입니다. 정직하고 떳떳한 양심과 의리는 가림막이 필요한 어떠한 사생활의 구석도 없으며 남의 눈과 귀에 인생을 팔아서 얻게 되는 값없는 평가와 칭찬도 필요없습니다.


결국 후원회의 여정에는 사회의 구석구석과 연결된 거의 모든 골목길들이 포괄되는 셈입니다. 정당한 생존권을 요구하는 근로대중의 진출이 강화되고 극소수의 폭력적 억압이 악랄해질수록 벌거벗은 투명한 양심과 가장된 양심의 싸움도 치열해 질 것입니다. 열전으로 치닫는 현상황의 본질적 근원도 인간의 보편적 윤리성과 비인간적 야만성의 주체들 사이에 놓여 있는 정의와 부정의, 양심과 패륜의 본성적 차이입니다. 결코 “문제화”된 한두가지의 구실이 아니라 근로대중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치적 주체가 “소멸”될 때까지 저들의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고통받는 인간을 보는 인간은 고통스럽습니다. 사회적 불의와 고통을 두고도 애완동물을 인격화하고 쾌락과 변태의 문화에 환호하는 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양심있는 삶을 실천한다고 자평할 수 없습니다.


직선적인 표현으로 움추려들지 말아야 할 떳떳한 양심의 지향점을 대변해보려 하였습니다. 먼곳까지 불쑥 찾아주셨던 이민숙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게 고마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건강한 내일을 기원하면서 대구에서 경학 올립니다.


2013. 4. 8

정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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