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님의 편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애초의 계획은 연하장을 구입해서(어차피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생색을 내는 것이지만^^;;) 지난 1년간의 후원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것이었는데, 징벌자들은 구입이 안된다는 사실을 연하장 공급날에서야 알았습니다. 그것도 제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갔겠지요.
그나마 다행스럽게 저는 80여일간의 조사·징벌방 생황을 끝내고 이곳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1층 2방으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4명 방에 5명씩, 7명 방에 8명씩 집어넣는 현실에서 저 혼자 독거방에 배정된 것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조사·징벌방에서 할 수 있는 게 책 읽는 것 밖에 없어 ‘모범수’(?)로 본 것이 아닐까하는 혼자만의 착각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안대’는 아마도 2015년도부터 공급이 될 것 같습니다만 그때가 되봐야 알겠지요. 그래도 남부구치소는 ‘남부호텔’로 불리는 곳이라, 다른 동지들이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 됩니다.
저는 올 한 해 밖에서 투쟁하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든 점이었습니다. 80일만에 본 뉴스에는 청와대 비선 이야기와 조현아 땅콩회항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세상은 참으로 더디게 혹은 뒤처지면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편지가 너무 우울해지는군요. ^^
제가 전하려던 것은 1년 동안 고생 많으셨고, 꾸준히 소식지와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연말에는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2014. 12.16
박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