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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에서 ‘왕재산 사건’으로 구속된 양심수 5명을 대상으로 ‘전향 공작’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건 피해자 가족들에 따르면 12월 21일˜22일 서울교도소 교도관들이 5명의 양심수들에게 <어느 지식인의 죽음-김질락 옥중 수기>(행림서원)라는 책을 주면서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 다섯 명 가운데 한 분은 ‘요청하지도 않은 책을 왜 넣어 주냐’고 항의하며 거부했고 다른 네 분은 구치소 측의 의도를 파악해 보기 위해 그 책을 일단 수령했다. 그런데 23일(금) 저녁 무렵 재판을 마치고 입소해 보니, 네 분의 독거실에 있던 문제의 책이 사라졌다.

다음 날 즉시 보고전(재소자들이 소 측에 요구할 사항이 있을 때 작성하는 문서)을 작성해서 구치소 측에 책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규명과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자 토요일에 급히 공안 담당이 사복 차림으로 찾아와 본인이 없는 방에 몰래 들어가 책을 가져간 것에 대해 사과했다. 12월 26일(월)에는 생활지도계장(김승)이 찾아와 ‘내가 5권을 구매하여 사동에 비치하라고만 했는데 실무 착오로 본인들에게 배부되었다, 내용도 잘 모르고 배부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생활지도계장은 무엇 때문에 사비까지 들여가며 하필이면 ‘왕재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다섯 분의 양심수에게만 원하지도 않은 책을 선물(?)한 것일까? 부하 직원들이 실무 착오로 사동에 비치해야 할 ‘관본 도서’를 재소자 개인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하는데, 위계가 확실한 관료 조직에서 어린 아이도 하지 않을, 멍청한 실수를 저지르는 교도관이 있단 말인가? 게다가 재소자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가 개인 사물을 들고 나온 것도 말이안 된다. 분명 사건의 배후는 따로 있을 것이다.


12월 29일 구노회와 양심수후원회, ‘왕재산 사건 피해자 가족 모임’은 서울구치소에 내용증명으로 공문을 발송해 사건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튿날에는 범민련 남측본부와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인권, 사회단체들과 함께 서울구치소 앞에서 서울구치소를 항의 방문했다. 소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승 생활지도계장이 나왔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말로는 ‘전적으로 자기 잘못이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가족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히죽히죽 웃는 폼이 아무리 봐도 사과하는 자의 태도가 아니다. 가족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재판 받는 사람에게 사형당한 전향수의 책을 넣어준 건, 죽으란 말이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우리는 ‘사과를 해도 소장이 직접 해야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공문으로 보낸 질의 사항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고, 소장 면담 일정을 잡으라’고 요구한 후 돌아왔다.

박정희 정권시절 악명을 떨쳤던 양심수들에 대한 전향 공작, 어설프긴 했지만 이번 사건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다시는 이런 반인권적인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한편 ‘왕재산 사건’ 재판부는 1심 구속 만기와 법관 인사이동이 겹치는 2월 전에 재판을 끝내기 위해 일주일에 4일씩 재판 일정을 잡으며 강행군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의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가족들은 재판이 졸속으로 흐르면서 얼토당토않은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구속노동자후원회 64호 소식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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