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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님의 편지

 

권오헌 선생님께

 

서울구치소에 온지 어느덧 한달이 지나고 터무니없는 혐의로 가득찬 공소장을 받아들었습니다.

십수년 만에 다시 서울구치소 독거실에 거하게 됐는데 그 때도 제법 긴 나날 머물렀던 곳이라 그런지, 낯설지 않게 금새 적응하는 저를 봅니다.

선생님, 설 전에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괜히 어수선하게 굴다가 이렇게 늦게 소식 드립니다.

소중한 2015, 선생님 앓지 마시고, 내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저희 부부가 번갈아가며, 참 여러 사람을 애먹이지 싶습니다. 한동안 남편 수배, 옥바라지 하며 밖에서 뛰다가 문득 제가 다시 들어와 앉고 보니 막상 가족인 제가 했던 것보다 지극한 마음, 한결같은 정성으로 감옥 안에 온기를 더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밖 소식 궁금한 터에 양심수후원회 소식지가 교양서 역할을 단단히 해주시고... 애쓰시는 일군에게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 편지를 쓰는데 교도관이 39일 첫재판이 잡혔다고 알려줍니다. 드디어 말 많고 탈 많았던 통일토크콘서트 재판이 시작되나 봅니다. 이참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지난 겨울 다하지 못했던 토크콘서트를 법정으로 옮겨서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제 공소장의 상당부분이 이적동조혐의로 채워져 있습니다. 실천연대 행사에서 사회를 보거나 발언, 시낭독 등을 하고 대학생들에게 강연을 했다는 건데... 국가보안법 7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헌데 선생님 댁을 압수수색하고 선생님께 씌운 혐의도 이적동조인 듯 싶더라구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집회자리에 함께 하시는 우리 선생님들을 언제든, 필요에 따라 묶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오직 남용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법이 국가보안법임을 다시 한 번 체감하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은 낮에 운동장 나서는데 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더니, 내일부터 당분간은 좀 매울 모양이라고 합니다.

다들, 이곳이 추워서 어쩌냐고들 걱정이 크신데. 사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내내 늘 거리생활이다시피 했으니, 밖이라고 이 겨울이 따뜻했겠나 생각하면 지금도 몸은 호강이지, 싶기도 합니다.

벽보고 앉아 먹는 밥에 조금쯤 지겨워 하려해도 노수희 의장님, 굴뚝에서 찬밥 드실 분들, 진상규명 그 소망 하나로 밥을 밀어넣을 세월호 유가족들... 등 생각나는 미안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가 없습니다.

, 요즘 우리 사회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생각하면 이렇게 미안한 사람들이 많아서 조만간 큰 일이 날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2015, 저도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하겠습니다.

늘 성실하게 헌신적으로 자주, 민주, 통일, 인권이 꽃피는 그 세상을 향해 걸어오신 선생님의 모습은 저희의 귀감이십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많이많이 가르쳐 주시고 이끌어 주시기를...

선생님, 고맙습니다.

 

2015. 2. 25

서울구치소에서 황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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