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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금지가처분보다 더 무서운 것은?

2011.05.30 21:48 조회 수 : 1155


업무방해금지가처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언급하는 것까지 막는 법원의 결정
  


지난 2008년 9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이신 저희 아버지께서는 동료 노동자분들과 함께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 함께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투쟁으로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 합의하면서 원, 하청 연대투쟁은 종결되었습니다. 이후 아버지께서는 투쟁과정에서 발생했던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의 사태 해결과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중공업이 합의한 협약서 이행을 요구하는 현장투쟁과 유인물 배포, 일인시위를 하게 되셨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현대미포조선은 아버지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했고, 2010년 7월 1일에 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주문

1. 채무자는 채권자를 비방하는 취지의, 가)별지 목록 제1항 내지 제6항 기재 장소에서, 소음, 방송, 고함, 구호 제창, 유인물 배포, 플래카드, 사진 게시, 피케팅 등 시위행위 나)언론매체와의 인터뷰, 기자회견 및 언론기관에 대한 기고행위 다)채권자와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거나 노동부 등 국가기관에 진정하는 행위 기타)채권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안된다.

별지 목록
1. 울산 동구 방어동 1381 주식회사 현대미포조선 건물 주변
2. 아산로 및 방어진 순환도로
3. 울산 동구청 및 노동관청 주변
4.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로 1가 국회의사당 주변
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4-31 소재 한나라당 당사 주변
6. 서울 동작구 사당1동 1007-43 씨티빌딩 소재 국회의원 정 모 사무소
7. 기타 공공장소. 끝


법원의 업무방해금지가처분 결정이 난 후 저희 가족은 가처분 결정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중공업을 상대로-특히 현대중공업 경비대 테러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일인시위를 행하고 언론사와의 인터뷰 및 기고를 하는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2011년 1월 2일자 민중언론 참세상에 제가 직접 기고한 글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위반하는 글이라는 지적을 하며 아버지가 현대미포조선에 위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더욱이 현대미포조선은 위반금 지급 판결이 내려지자마자 아버지에게 위반금을 요구하며 월급에서 액수만큼 떼어 지급하거나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참세상에 기고한 글에서 아버지의 소속사업장인 현대미포조선을 언급한 내용은 “우리 아버지는 현대미포조선 노동자입니다”와 “4개월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복직을 돕고 난 후 회사의 중징계, 노동조합으로부터 5년간 조합원 권리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가 전부입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현대미포조선에 다니시기 때문에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라는 표현을 썼을 뿐입니다. 더불어 회사로부터 원하청 복직 연대 투쟁 종결 후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것과 노동조합으로부터 5년간 유기 정권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을 언급한 것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언급한 것 뿐 입니다. 제가 쓴 글 어디에서도 현대미포조선을 비방하는 취지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위반에 해당되는지, 더불어 왜 아버지의 월급에서 위반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언급하는 것까지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알 수 없어 법원에 연이어 이의제기 신청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께 적용되고 있는 가처분의 경우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노동자들의 적극적 권리 구제 수단인 집회 시위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는 가처분 결정이자 집회 시위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이며 국제 규약과 한국의 법질서에도 정면으로 대치되는 반인권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이런 가처분 결정은 대기업이 노동자를 상대로 생존권을 억압할 조건을 마련하는 행위라는 주장까지 합니다.

최근 법원은 아버지와도 관련되어 있는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와 관련해 진보신당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심야테러는 법치국가에서 허용될 수 없는 불법행위로 판결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의 항소 포기로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위반결정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언급하는 것까지 막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법원의 노동 관련 가처분 결정이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오남용되고 있다는 노동계의 지적을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해야 하는데 오히려 법과 법을 수호하는 법원은 강자를 대신해 약자의 손과 발을 묶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노동자 가족이 지독히 고통받고 있는데 법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보고도 보지 못한 척하라고, 불의에 맞서기보다는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그저 납작 엎드리라며 스스로 싸울 권리까지 빼앗고 있지는 않는지, 민중 위에 판사와 법이 군림하고 그 법 위에 대기업이 군림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이 듭니다. 법이 있어야 할 곳은 높은 곳이 아니라 평평한 곳이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아버지의 이의제기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을 법원에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김소연(성공회대 학생) / 울산노동뉴스 2011-05-29 오후 5: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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