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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영혼의 올가미, 그리고 가족, 동지

2011.12.23 06:04 조회 수 : 1191


아버지 영혼의 올가미, 그리고 가족, 동지

[칼럼] 아버지와 저희 가족이 받는 고통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필자
  
지난 2008년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용인기업 30여명의 노동자가 해고기간 5년 3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해, 판결에 따른 조속한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를 비롯한 15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함께 연대했습니다.

4개월이나 지속된 연대투쟁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전원 정규직 복직 합의로 종결됐습니다. 하지만 투쟁 과정에서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연대투쟁을 벌였던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 15명의 대표였던 저희 아버지(김석진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께서 현대중공업 경비대에 집단 심야테러를 당한 것입니다. 도저히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09년 1월17일 오후 11시 30분경, 오토바이 헬멧으로 복면한 약 50~60명의 현대중공업 경비대는 소화기와 쇠파이프, 각목으로 무장하고 현대중공업 소유의 소각장 옆 인도에 설치된 농성장에 쳐들어와 소화기를 뿌려 앞을 볼 수 없도록 만든 후 아버지를 지목해 집중적으로 테러를 가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고, 경비대는 농성물품과 수대의 차량을 부수고, 농성장 주변 물품 모두를 불태우고 도주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 저희 가족의 참혹한 시련이 시작됐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약 1년간 상해치료를 받았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병행했습니다. 아버지 옆에서 지켜보는 저희 가족에게는 눈으로 보고도 차마 믿기 힘든 사실이었습니다. 거대권력 앞에서 일개 노동자가 아무리 힘없고 약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여태껏 보아왔던 그 어떤 탄압보다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시 농성장 주변에는 전경차 1대와 30여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그 누구도 불법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경비대를 저지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으며 심야테러 후 몇 시간이 지나서 경비대는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승용차 20여대를 나눠 타고 유유히 공장 문을 빠져 나갔습니다.

탄압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경비대와 경찰 권력을 능가하는 정신적인 탄압은 현대중공업과는 관련이 없는 제3의 인물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원이 저희 아버지에게 명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으로 인해 제3의 인물들의 소속을 이 글에서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저희 가족들을 위협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자택감시를 하고 외출 시 미행을 하고, 아버지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그들은 입에 담기조차 힘든 수많은 악행들을 자행했습니다. 인권이 중시되는 오늘날 사회에서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악행을 공공연히 자행해 온 것입니다.    

위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서는 2009년에 국회 진상조사와 경찰청 국정감사가 열렸고, 2010년에는 울산지방경찰청 국정감사와 2011년에는 노동부 국정감사가 열렸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사회적 고발과 문제제기가 이루어졌지만 가해자인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경찰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2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 정몽준 의원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접수한 후 일인시위에 나선 필자.


저와 저희 가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를 향한 거대자본의 말도 안 되는 탄압이 유효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그 무엇보다 엄정하고 공정해야 할 공권력인 법과 경찰의 도덕의식 부재와 나태함, 권력에의 동조를 보고 겪으며 엄청난 좌절과 실망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굳은 결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앞이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현대중공업 심야테러사건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고 현대중공업과 경찰청에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몇 년 동안이나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 사건으로 인해 저희 아버지는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시며 최근에는 장기적으로 지속된 경찰, 검찰, 법원 조사와 재판, 벌금, 징계, 상해치료, 정신과치료로 인해 취업치료가 불가능해 병가휴직을 내고 병원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저희 어머니 또한 아버지와 함께 투쟁하시다 모 노무관리자에 의해 상해치상을 당해 병원치료를 받는 등 저희 가족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법원에 의해 저희 어머니에게 상해치상을 가한 노무관리자가 벌금형을 받은 바도 있습니다.

세계적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심야테러를 가하고 이에 책임을 묻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제3의 인물들이 나서서 아버지에게 온갖 정신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 연장선으로 개인에 대한 참혹한 탄압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노동현장에서 절대 되풀이돼서는 안 됩니다.

투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근 12월 울산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경비대 심야테러 문제 해결을 위한 울산시민대책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 3년간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외롭게 싸워 오신 아버지와 어머니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잘못된 사실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 노동현장의 현실이며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동현장은 점점 더 암흑이 되어 갈 것입니다. 이제는 단결한 노동자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불의 앞에서 맞서는 노동자야말로 진정한 노동자의 모습일 것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혀줄 전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울산지역과 전국에 계시는 많은 노동자분들의 연대와 지지를 호소합니다.
  
[울산노동뉴스]  김소연(성공회대 학생) / 2011-12-22 오후 8: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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