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는 지리산 쌍계사 탑전에서 혼자 안거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준비래야
삼동 안거중에 먹을 식량과 땔나무, 그리고 약간의 김장이었다. 모시고 있던 은사 효봉선사가 그
해 겨울 네팔에서 열리는 세계 불교도 대회에 참석차 떠나셨기 때문에 나는 혼자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음력 시월 초순 하동 악양이라는 농가에 가서 탁발을 했다. 한 닷해 한 걸로 겨울철 양식이
되기에는 넉넉했었다. 탁발을 끝내고 돌아오니 텅 비어 있어야 할 암자에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
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