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없이 나도 환자로구나 싶었다. 한 시간 가까이 안과 앞에서 기다리다 못해 그만 일어 서려는데, 그때 유감스럽게도 내 이름을 불렀다. 진료에 참고가 될까 해서 그간의 경과를 이실직 고했더니 담당 의사는 갸웃거리면서 내가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내리갈겼다. 간호원은 나를 혈 액 검사실로 보냈다. 그러고 나서는 변을 받아 오라고 했다. 이거 왜 이럴까 싶었지만 착한 어 린이가 된 환자라 시키는 대로 순종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하, 종합병원이란 곳은 참으로 종합적으로 진찰을 하는 데로구나. 주머니 실력도 종합적으로 공평하게 분산시키는 데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