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의 노동실태와 부당행위를 고발하는 집회가 열렸다.
삼성 일반노동조합과 삼성 백혈병피해자 가족들은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삼성의 지난 20여년 간 성과는 노동자의 고통과 죽음의 역사”라고 밝혔다. 이날 신라호텔에서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신경영 선언 20주년 기념만찬이 열릴 예정이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지난 20년 동안 변함 없었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비판했다. 김성환 삼성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헌법에 명시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만으로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 자회사인 신라호텔도 2003년 노조 구성에 참여한 이들을 납치하고 감금하는 등 불법적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김경습 삼성중공업 일반노조 위원장은 “노조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석연않은 이유로 해고됐다”고 증언했다.
지난 20년간 삼성 노동자 상당 수가 백혈병 등 희귀병으로 사망했지만 삼성은 여전히 산재인정조차 거부한다는 점도 거론됐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2005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는 “삼성반도체 근로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수칙도, 화학물질에 대한 설명도 알지 못한 채 사명감으로 시키는 대로 일을 한다”며 “삼성전자가 순 이익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삼성에서 죽는 지가 뉴스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삼성을 향해 “욕 한 번 함께 해보자”며 큰 소리로 비속어가 담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12일 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력난을 이유로 23일로 연기된 삼성그룹의 신경영 선언 20주년 만찬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로 다시 연기됐다.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이 거둔 성과 뒤 가려진 부당한 행위들을 임직원들에게 직접 성토하고자 여기서 집회를 열었다”며 “폐렴으로 입원한 이건의 회장 앞에서 직업 얘기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날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윤갑한 대표이사를 파견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근로기준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기획단은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는 불법파견 행위를 일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요구를 하는 노동자들을 집단 폭행했다”며 “현대차 경영을 맡은 두 사람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도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는데 정몽구 회장 등 경영진은 반성 및 시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반칙과 불법으로 무장한 재벌에 맞서서 반칙을 넘고 불법을 꺾는 다양한 실천들로 이들을 무장해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