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란 회장님, 기어이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오랜 투병에다 살아오신 세월의 무게가 있었기에 불길한 염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땅 민중운동과 인권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으셨던 큰 별을 잃은 슬픔을 차마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당신께서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지킴에 헌신을 다 하셨던, ‘이 땅 양심수의 자애로운 어머님’이셨습니다. 개인이나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 바로 공동선을 위해 양심에 따라 활동하다 구속된 양심수의 석방과 그 양심수를 잡아 가두는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집시법, 노동관계법, 테러방지법 등 반민주악법 철폐 투쟁에 언제나 앞장서 실천하는 모범이 되셨습니다. 부당한 압수 수색, 강제 연행, 강압 수사, 구속 기소를 막으러 경찰, 검찰, 법정, 교도소를 수없이 항의 방문하시고 집회와 농성을 주도하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특유의 포효로 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일상에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뜻을 함께 하려는, 정도 많고 눈물도 많으신 자애로운 어머님이셨습니다.
모든 사안에 대해 빠른 이해와 판단을 보이셨고, 마음속 결정이 되면 지체 없이 실천에 옮기시는 결단력을 발휘하셨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일이 있을 때는 스스로 오류를 바로 잡아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셨습니다. 회장님의 정의 진실 추구 의지와 몸에 밴 실천력이 그 오랜 시간 한결같이 만인을 위한 길을 걸으시게 한 동력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