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4:42 조회 수 : 2224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글쓴이 : 이쁜이    ()   
  오늘은 인간 대한 예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시를 읽고 위로 받으며.....
누군가가 떠먹여주는 시 맛이 어떨까?
아이에게 밥을 떠넣어주면서 우리 식구들에게도 가끔씩은 그러고 싶어졌다.


어느날 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十五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絶頂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라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11.4)

2003-03-18 (21:15)
이 게시물을
수정 삭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8 알면서 왜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661
267 앗!? 오랜만에 들어와 봤더니 봉례언니가?...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683
266 양동댁 [6] 쁜쁜이 2010.06.14 3260
265 양동댁 일기 수니 2010.06.16 3092
264 양배추의 향기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693
263 양심수후원회 총회(4/16) 안내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630
262 양심수후원회에 자주 오세요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720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224
260 어째 이런 일이...... 2002-11-12 글쓴이 :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000
259 언니글 보니 힘이 나네요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792
258 언니글 보니 힘이 나네요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959
257 언니야~ 2002-08-27 글쓴이 : 도은주 [4]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020
256 얼라리 꼴라리~~~~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716
255 엄마, 학교 가기 싫어 [1]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869
254 여기는..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763
253 여러분 !!! 안녕하세요? 2002-05-03 글쓴이 : 풀방구리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111
252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2002-04-03 글쓴이 : 현숙 [2] 양심수후원회 2009.05.28 2954
251 여름기행 다녀옵시다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656
250 여름기행 안내 (삼척) [1] 양심수후원회 2009.05.29 2060
249 여름기행 출발시간, 장소와 회비를 알려 드림니다.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659
쓰기 태그
옴시롱 감시롱

CLOSE

회원가입 ID/PW 찾기